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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비

노래의 왕자님: 잇토키 오토야×에이사카 요루미

*트리거소재(교통사고)가 있습니다 (; ;

 

 

 

예고없는 비가 내렸다. 사무소로 돌아가던 길에 오토야는 잔뜩, 비를 맞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다, 젖지 않은 곳이 없다. 돌아온 그를 반겨주는 것은 그의 동료들이었다. 수건을 건네주고 쫄딱 젖은 그를 그의 방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ㅡ사실 끌고갔다는 말이 더 맞겠지만.ㅡ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뽀송한 옷으로 갈아입으면 기분은 한결 나아진다. 비가 오는 것도 싫지만 그 비에 잔뜩 젖는 것 역시 싫다. 창문 너머로의 바깥은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이다. 그 날도 그랬었는데. 그는 떠오르는 기억을 막아내진 못했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었다. 나가는 길에는 우산을 들고 나갔었다. 빗방울이 우산에 부딪히는 소리가 너무 컸었나, 그는 그녀의 목소리를 겨우 들을 수 있었다. 어떤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을 땐 요루미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신호등은 깜박이지 않고 있었다. 아, 날 불렀었구나. 하늘색 우산을 쓴 요루미는 그를 보며 미소지었다. 그는 요루미가 오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하기까지 여섯 발자국 정도가 남았다. 요루미는 물웅덩이를 이리저리 피해 걸어오고 있었다.

 

“천천히 와!”

 

빗소리에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듯 했다. 목소리도, 차가 오는 소리도. 순식간에 차는 눈 앞으로 지나갔다. 끼이익,하고 소름돋는 소리는 귓속으로 들어갔다. 빗길에 미끄러진 듯 했다. 그는 횡단보도로 눈을 옮겼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설마. 본 모습을 알아볼 수 없는 차의 뒤쪽에는 하늘색 우산이 나뒹굴고있었다. 빗방울은 여전히 우산 위를 내려올 뿐이가.

 

 

깜박 잠이 들었나보다. 무겁게 내려앉은 눈을 뜨며 그는 창밖을 보았다. 비가 조금 그쳤다. 나가고싶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대충 후드 집업을 위에 걸치고 그는 밖으로 나섰다.

물웅덩이가 여기저기 많이 생겼다. 그는 그것을 피해 조심조심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비는 그의 우산을 약하게 두드리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는 들려오는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었다. 오토야!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몸이 굳는다. 듣고 싶은, 듣고 싶었던 목소리다. 오토야~! 이번에는 전보다 더 길게 들려온다. 천천히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보고싶었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예쁜 해바라기색 머리카락과, 새까만 눈동자는 저를 향해 생글생글 웃고만 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쳐다 볼 뿐이다.

 

“내가 그 쪽으로 갈게!”

 

횡단보도 앞에 선 그녀는 초록불을 기다린다. 오면 안 되는데. 그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게 꿈이라면, 정말 꿈이라면 요루미는 무사히 올 수 있지도 않을까? 그는 조금이라도 기대를 가지기로 했다. 곧 신호등은 초록불로 바뀌었다. 그녀는 그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이번엔 무사히 올 거야. 아냐, 그래도 내가 가는 편이… 머릿속이 오만가지 생각으로 가득하다. 그가 그녀를 향해 뭐라 말 하려는 순간에 끼이익, 또 소름돋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안돼! 무력한 그는 사고를 막을 힘이 없다. 또 그녀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차 아래에 있는 하얀 손이 그녀의 것이 아니길, 제발 바랬다. 눈 앞이 붉게 물드는 순간이었다.

 

 

빨갛게 물든 하늘색 우산은 그의 손에서 너덜거리기만 할 뿐이다. 차 아래에 있던 하얀 손에는 함께 골랐었던 팔찌가 있었다. 이건 꿈일거야. 꿈이라고 누가 제발 좀 얘기해줘…

그러나 아무도 그에게는 말해주지 않았다. 꿈으로 또 사고를 보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무력하게 당하는 사람과 지켜보는 사람이. 그는 하늘색 우산을 품에 안았다. 새빨간 피가 그대로 남아있다. 제발, 지독한 꿈은 이미 충분한 걸.

 

 

 

 

 

이상한 꿈을 꿨었다. 내가, 내가 죽는 꿈이었고, 너는 내 앞에서 펑펑 울고 있었다. 펑펑, 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어린아이가 엄마를 잃어버린것처럼. 그래도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꿈 속에서의 너는 죽지 않았으니까. 바깥은 다시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잿빛하늘을 보여준 창에는 빗방울이 묻고 있다. 커튼을 치자 방안은 깜깜한 어둠으로 가득찼다. 지독한 꿈은 이미 충분하니까.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 빗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꿈에서는 제발, 죽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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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r Water - DJ Okaw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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